감‿응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갤러리]

2020년 11월 02일 - 2021년 02월 27일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갤러리

그림은 무엇으로 이루어질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림을 이루는 물질적 조건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그림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요소로서 캔버스는 그 근본적 조건을 탐구하는 많은 작가들의 질문거리가 되어왔습니다.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캔버스는 틀과 그 위에 씌워진 천으로 이루어집니다. 반듯하게 펼쳐져 고정된 천은 물감이 얹히고 흡수되어 어떤 이미지를 드러내는 장소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감‿응》은 이렇듯 그림의 물질적 구성 요소 중 하나로서 천에 주목하여 고유한 조형 언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생각해보면 천은 캔버스만을 위한 재료는 아닙니다. 옷, 가방, 이불 등 천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탓에 재료로서의 천을 이르는 고유어, 곧 ‘감’이라는 단어가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천의 변신은 외부의 작용을 포용하는 그 유순한 성격에서 가능해지는바, ‘감’은 스스로의 변형을 초래하는 여러 몸짓으로 이어집니다. 펼친다. 접는다. 마름질한다. 꿰맨다. 물들인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천을 그림의 장소인 동시에 하나의 ‘감’으로 보고, 이러한 몸짓의 언어를 빌려 그것에 응답합니다. 이렇듯 캔버스와 감 사이의 거리를 허무는 행위에서 비롯된 화면은 생활 언어와 조형 언어, 회화의 역사와 지금 이곳을 가로지릅니다.

《감‿응》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림의 바탕을 이루는 천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주변의 환경과 공간이라는 또 다른 지평으로 이끌고 갑니다. 다시 눈을 돌려 우리 삶 속의 천을 바라보면 빛깔, 촉감, 그 안에 깃든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한가득 늘어놓고 오목조목 이어 조각보를 만들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전시부분: 회화 16점
참여작가: 신현정, 정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