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있는 풍경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갤러리]

2021년 03월 01일 - 2021년 06월 27일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갤러리

‘식물’이라는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은 매우 다양합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초록의 색깔과 정적인 상태로 조용히 환경의 순리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치유, 사색, 휴식 등을 떠올리게 하지만, 또한 한없이 미물에 가까운 잡초부터 그 자체로 거대한 존재감과 세월의 풍파를 드러내는 고목(古木)의 모습에서는 삶의 덧없음, 자연에 대한 경외, 생명의 치열한 몸부림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인간은 자신과는 다른 식물의 고요함에 일차적인 매력을 느끼면서, 역설적으로 이와 합일(合一)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곤 합니다.

노경희와 이경하의‘식물 풍경’은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도피 혹은 치유의 의미로서 기능하는 것 같지만, 작품은 그러한 치유를 넘어서는 동경과 갈망을 드러냅니다. 노경희는 자신이 직접 보고 촬영한 다양한 숲의 이미지들을 조합, 변형한 후, 이를 핍진하게 표현함으로써 “심상적이상향”으로서의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경하는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길바닥의 잡초나 덤불의 ‘하찮은’ 모습을 역시 집요하게 묘사함으로써, 이러한 미물의 생태가 사실은 끊임없이 영속하는 자연의 순환고리를 가장 적합하게 드러내고 있음에 주목합니다.

두 작가가 식물을 마주하는 태도는 얼핏 상반된 듯 보이지만, 이를 매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일상이 가지는 보편적 소중함과, 우리 삶을 넘어서는 영속적 가치의 추구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무표정한 식물들을 바라보며 초라하지만 무한한 자아(自我)를 사유하는 인간, 자신과 전혀 다른 것에 매혹되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시각과 시야 안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의 한계임과 동시에 그 영역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시가 식물이 가지는 심리적, 심미적 가치를 다시 한번 통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참여작가: 이경하, 노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