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2021년 04월 15일 - 2021년 06월 20일
전시실1-4, 코어갤러리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해석의 분량이 채워질 때까지

역사를 현재 속으로 불러내는 작업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입니다. 역사는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기에 앞서, 먼저 그 교두보로서 자신-역사-을 읽을 준비가 된 해석자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해석의 분량이 충분해지는 순간, 역사는 스스로 변화의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인식합니다. 그때가 이르면, 역사는 의지를 다 해 세트뿐 아니라 무대 자체를 바꿉니다.

수년 전, 국내에서 열렸던 한 비엔날레는 주제로 ‘아시안 익스프레스’를 내세웠습니다. 전시를 감독했던 큐레이터는 극동아시아를 “맹렬한 속도로 질주하는 특급열차(Express)”에 비유했습니다. 적절한 비유였습니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진에 의하면, 역사도 바로 ‘질주하는 열차’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승객들은 자신이 승차한 열차의 종착역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승객들은 종종 무거운 시험에 직면합니다. 예술도 그 승객들 가운데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술도 다른 승객들처럼, 종착역에 대한 무지 속에서, 인식하고 판단하고, 그리고 선택해야 합니다. 지난 세기 초의 전위주의는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것을 촉구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전은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성찰적 읽기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한국현대미술은 찬연하고 파란했던 근현대사의 시간을 뚫고 질주해 왔고, 여전히 질주하는 중입니다. ‘서양미술’이 신화로서 작동했던 초기 단계에, 한국현대미술은 서양미술을 때론 거울로 때론 이정표로 삼았고, 그로부터 ‘지금 이곳의 삶’의 재현과 표현, 해석과 비평의 지평에 어려움이 초래되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들이 어느덧, 한발 치 뒤로 물러서 치열한 해석과 담론의 용광로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시간을 해석자의 책상 위로 올려놓습니다.

우리는 앞을 내다볼 수는 없지만, 해석자의 차가운 인식과 예언자의 뜨거운 심장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중심세계로부터 나오는 지시와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 힘, 중심으로서 권장되거나 강요되던 가치로부터의 자유를 따르고자 할 수는 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전이 제기하는 논의가 그런 수준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시간의 산책자들에게 잠시 사색의 여지를 줄 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 순간을 함께 하는 참여작가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낍니다. 전시를 위해, 특히 함께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대학교미술관장 심상용

 

전시부문: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약 70점

참여작가: 고낙범, 권오상, 김기라, 김홍석, 데비 한, 박이소, 배찬효, 신미경, 위영일, 이동기, 이병호, 이완, 이용백, 주재환, 홍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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