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세계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갤러리]

2021년 06월 28일 - 2021년 10월 23일
서울대학병원 대한외래갤러리

오랫동안 회화는 인간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바를 담아왔다. 역사가 긴 만큼 새롭기가 힘들 법해도 전에 없었던 작품들은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두 작가 박경진과 최수인의 작품이 그러하다.

박경진 작품의 배경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거나 전시하는 장소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단, 어느 한 순간이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른 변화까지 포함해서 그리려고 하면서 이미지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고 색면이 녹아들 듯 처리되기도 한다. 그림이 생활과 현장의 기록이기도 하고 동시에 추상과 구상의 기법을 녹여낸 조형적 실험장이기도 하다. 또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박경진의 사적이고 감성적인 화면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 해체라는 미술계의 화두로도 연결된다.

최수인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다. 내 안에 있고 매 순간 느끼지만 표현하기 쉽지 않은 심리를 최수인은 특정할 수 있을 듯 말듯한 형상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한 장면으로 창조해낸다. 붓질이 바람인 양 모든 형상이 떨리는 듯하고 색조도 미묘한 층차를 두고 폭넓게 쓰였는데, 이러한 표현에 힘입어 멈춰있음과 격함 사이의 살아있는 감각이 전달된다. 아무도 본 적은 없어도 수긍할 만한 심리 상태의 한 장면이 구성되었다.

그동안 반대말처럼 여겨졌던 개념들이 두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납득할 만한 맥락 속에서 어울리고 있다.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해, 회화 형식과 기법에 대한 이해와 숙련에 힘입어 추상, 구상, 상상, 재현, 메시지, 감각 등이 무리없이 연결된다. 이번 전시가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시도를 확인하고 지적이고 감각적인 공감의 즐거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