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천 ‘新 월인천강지곡’

2009년 10월 16일 - 2009년 12월 12일
광장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리는 ‘新 월인천강지곡’은 작가 전수천이 자신의 과감한 시각적 언어 구조로 현대에 ‘월인천강지곡’을 재해석하는 외부 작품과, 내부 중앙 공간을 천정부터 지하 바닥까지 관통하며 공간과 선에 대한 실험과 사유를 종합한 ‘선은 정지를 파괴한다’ 시리즈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부처가 세상을 널리 살피고 구하는 자비가 마치 천개의 강에 달이 고루 비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의 ‘월인천강지곡’을 한글로 기록한 세종의 뜻을 천개의 거울과 이에 비치는 달의 영상, 천개의 책과 주변에 하얗게 뿌려진 소금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통해 작가는 감상자 모두가 이 빛과 글의 주인공이 되도록 설정해주면서 동시에 개개인이 자신을 반추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낮의 밝은 빛과 밤의 은은한 달빛을 반사시키며 천 권이 될 때 까지 한 권씩 쌓여가는 책 속에 둥글게 선 미술관 정면 외부 공간의 작품을 지나 미술관 내부에 들어서면 천정에서 바닥까지 ‘정지된 공간을 관통하는’ 고요하고 푸른 네온선의 빛을 만납니다. 작가가 천착해온 선과 공간의 관계의 실험을 회화와 텍스트, 설치 작업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한 이 중앙 공간의 작업은, 관통하는 한 줄기 빛으로 이루어진 선을 통해 오히려 그 정지된 공간을 부각시키고 경험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본 전시는 전수천이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해온 역사적 맥락 속에서의 개인 정체성의 고찰과 공간의 고유성과 힘을 부여하고 드러내는 실험을, 고요하지만 힘 있는 언어로 종합한 결과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