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지도 A tactual map

2010년 12월 29일 - 2011년 01월 13일
전시실3

여기 모인 우리는 서로 다른 매체로 각각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목적을 위한 실험을 해왔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초대로 모인 우리는 서로를 하나로 묶는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각을 통해 관람자와 대면할 매체를 제작하고 시각을 통해 각자의 예술적 목적을 추구하는 점에서 일치했습니다.
우리의 일치점이 시각에서 출발하는 한, 우리의 실험을 시각의 확장을 다루는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시각의 상식이나 시각에 의존한 통상적 신념을 재고하는 기회에 우리 모두가 각각의 방식으로 분투한다는 것을 발견한 셈입니다. 시각의 확대된 실험으로 우리는 통상적 신념을 개선하고 일상에서 놓쳐버린 분명한 사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들추어내자고 합의 했습니다.
우리는 이 전시회를 통해 우리를 하나로 묶고 또한 관람자에게 우리의 매체를 통해 전할 우리의 실험을 “촉지도”라는 개념으로 구성했습니다. 촉지도란 맹인이 촉각의 경험을 자신의 마음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일을 말합니다. 이는 보이는 일상에서 놓쳐버린 것을 맹인이 그의 마음을 통해 새롭게 구성해 내는 창의적 활동입니다. 이는 익숙한 상식의 질서보다 생소한 암흑에서 돋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이는 언급되는 소리의 세계이기보다 침묵의 세계에 속합니다. 우리는 이 전시회를 통해 촉각과 같은 침묵이 새로운 개념의 음성으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눈, 시각으로 감지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마치 맹인처럼 촉각으로 다가갈 때 우리의 오감과 상상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눈이 먼 짐승은 먹이사슬에서 결국 도태되지만, 맹인은 암흑가운데에서도 촉각을 통해 공간을 인식하고, 꿈을 꾸며, 마음으로 이미지를 생산해냄으로써 생존이 가능합니다. 오늘 날 현대사회에서 정치적, 상업적으로 기호화된 이미지의 과잉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잠시 눈을 감고 촉각적 지각을 경험함으로써 사물과 인간에 대하여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볍고(light), 깨지기 쉽고(fragile), 유연한(flexible)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우리의 감각과 실존은 결코 가볍지 않고, 단단하고, 확고한 이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관점과 방식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건네고자 합니다.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진정한 소통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글-전수경)

주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후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참여작가: 김재형, 김해민, 목지연, 민유정, 박미선, 배민지, 송윤주, 신재은, 이민선, 이연경, 이일정, 장보윤, 전수경, 함미혜, 형예명